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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위 면죄부 사건의 진상
송 양 : 그렇지 않아도 이 문제를 갖고 신부님과 대화를 나누고 싶었지요.
박신부 : 어찌 되었건 오늘 참 좋은 기회입니다.
이런 것 저런 것 정확하게 한번 알아야 하겠습니다.
먼저 '면죄부(免罪符)'란 번역 자체가 너무나 비약적입니다.
먼저 '면죄부(免罪符)'란 번역 자체가 너무나 비약적입니다.
역시 가톨릭의 교리를 모르는 소치에서 나왔다고 보는데요. 여기 국어 사전에 보십시오.
'면죄부'(역)(Indulgence) 중세기 로마의 천주교에서
'면죄부'(역)(Indulgence) 중세기 로마의 천주교에서
금전 재물을 바친 사람에게 그 죄를 면한다는 뜻으로 교황이 발행하던 증서 (신기철, 신용철 편저,
1975년도 삼성출판사 간, '새 우리말 큰 사전').
물론 역사적인 사건을 국어학자에게 문의한다는 것도 바른 태도가 아닌 줄로 압니다만 더군다나 영문으로
물론 역사적인 사건을 국어학자에게 문의한다는 것도 바른 태도가 아닌 줄로 압니다만 더군다나 영문으로
Indulgence라는 단어까지 소개를 하면서
어떻게 그 말을 '면죄부'라고 번역을 했는지 묻고 싶어요. 오역도 이만저만한 오역이 아니지요!
먼저 인둘젠스(Indulgence)라는 단어의 근원을 밝혀야 하겠습니다.
먼저 인둘젠스(Indulgence)라는 단어의 근원을 밝혀야 하겠습니다.
이 단어는 라틴어 Indulgentia(관대, 은사, 후하게 베풀어 줌)에 그 어원을 두고 있으며
이 단어는 동시에 Indulgers(관대하게 처리하다. 용서해 주다)라는 동사에서 나온 말입니다.
여기에 어원을 둔 인둘젠스는 '관대' '용서' '호의'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으며 이것이 가톨릭적인 교회
여기에 어원을 둔 인둘젠스는 '관대' '용서' '호의'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으며 이것이 가톨릭적인 교회
용어로는 '대사(大赦)'라는 뜻으로 사용됩니다.
그러므로 이 단어를 정확하게 번역하려면 '대사부(大赦符)' 또는 '대사령(大赦令)'으로 해야만 옳았을
것입니다.
송 양 : 일반 대중들에게는 그런 어려운 단어의 문제가 아니라고 당시 교회에서 금전 거래를 통해서 죄를 사해 준 사실이
문제가 아니겠습니까?
박신부 : 역시 그것도 큰 오해지요.
우선 소위 면죄부사건을 알아듣기 위해서는 가톨릭 교회의 '대사' 문제를 먼저 알아야 합니다.
'대사'라고 하는 것은 조금 전에 말씀 드린 바 있었던 고해 성사를 딴은 사람들이 고해 성사로 죄는 사함을
받았지마는 그 죄에 따라오는 잠벌(暫罰)의 일부나 혹은 그 전부를 그리스도의 무한한 공로로써 면제해 주는
은전(恩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송 양 : 무슨 말씀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박신부 : 다시 말씀 드리면 죄와 벌을 구분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고해 성사를 통해서 죄는 사해졌지만 그 벌은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비유컨대 급성 맹장염 환자가 수술을 받았으면 근본적으로 죽음은 면했지만 그 수술의 통증은 남아 있는 것과
같습니다. 그러므로 죄로 인해 오는 통증, 즉 그 벌은 보속을 통해서 없어지는데 교회가 부여하는 대사를 통해서도
없앨 수 있는 것입니다. 이것은 마치 국가의 원수가 국가의 경축일에 특사를 베풀어 투옥된 죄수들에게
감형을 주는 것과도 같습니다.
가톨릭 교회에는 그리스도로부터 받은 교권으로 현재 매 25년마다 소위 '성년(聖年)'을 선포하고 특별히 대사의
가톨릭 교회에는 그리스도로부터 받은 교권으로 현재 매 25년마다 소위 '성년(聖年)'을 선포하고 특별히 대사의
은혜를 베푸는 제도도 있습니다.
송 양 : 그런데 그 대사령이 어떻게 면죄부사건이 된 것입니까?
박신부 : 16세기 당시 교황 레오 10세는 현재 로마에 있는 성 베드로 대성전 건립을 위해 세계 교회를 통해서 모금운동을
하지 않으면 안 되었습니다.
레오 10세 교황이 '대사'를 받을 수 있는 일반적인 조건에다가
성 베드로 대성전 건립을 위한 응분의 헌금 조항을 하나 더 첨부 한 것이 소위 '면죄부' 사건의 발단이 된 것입니다.
이 헌금의 목적이 어떤 개인의 영달을 위한 것이 아니고 그리스도의 수제자 베드로의 성소(聖所)를
마련하여 길이길이 뭇 백성들의 중앙 성전을 건립하고자 하는데 있었으므로 하등의 잘못이 있을 수는
없습니다. 오늘날 로마에 자리 잡고 있는 세계 최대의 베드로 성전이 세워진 그곳이 성 베드로가 순교했던 유서
깊은 성지입니다.
구약의 모세도 성소를 장식하기 위하여 이스라엘 백성의 헌금을 요구했다면 더구나 교회를 짓기 위해서 교회에서
특별 헌금을 받는다고 해서 잘못이 있겠습니까?
그런데 이 대사령이 독일에 와서 그 전달되는 방법에서 문제가 된 것입니다.
당시 독일 교회의 대사 담당 추기경이었던 알베르트(Albert) 대주교는 이 대사령을 널리 선전하며 많은
그런데 이 대사령이 독일에 와서 그 전달되는 방법에서 문제가 된 것입니다.
당시 독일 교회의 대사 담당 추기경이었던 알베르트(Albert) 대주교는 이 대사령을 널리 선전하며 많은
실효를 거두기 위해서 대사 교리와 그 선전 방법에 관해서 장문의 교서를 발표한 바 있습니다.
이 교서에 열거된 대사 받는 조건으로는
1. 과거에 범한 죄를 참회한 후 고해 성사를 받아야 한다.
2. 적어도 지정된 일곱 성당을 순례하고 성당 순례 때마다 그리스도의 오상(五傷), 즉 십자가에서 못 박힌 양손과
1. 과거에 범한 죄를 참회한 후 고해 성사를 받아야 한다.
2. 적어도 지정된 일곱 성당을 순례하고 성당 순례 때마다 그리스도의 오상(五傷), 즉 십자가에서 못 박힌 양손과
양 발 그리고 창으로 찔린 옆구리의 상처를 묵상하는 뜻으로 주의 기도와 성모송을 다섯 차례씩 외우든지
또는 시편 50편을 외워야 한다.
3. 성 베드로 대성전 건축비로 응분의 헌금을 한다. 등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마지막 3항에 대해서는 언급하기를 "천국은 부자나 빈자가 다 같이 갈 수 있도록 공개되었은
3. 성 베드로 대성전 건축비로 응분의 헌금을 한다. 등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마지막 3항에 대해서는 언급하기를 "천국은 부자나 빈자가 다 같이 갈 수 있도록 공개되었은
즉 돈 없는 빈자들은 헌금 대신 기도나 단식으로 대사를 받을 수 있다.
" 이렇게 명백히 밝혀 놓았습니다.
그리고 알베르트 추기경의 교서에서는 위의 1항과 2항을 실천한다는 조건하에서 먼저 헌금을 하는
그리고 알베르트 추기경의 교서에서는 위의 1항과 2항을 실천한다는 조건하에서 먼저 헌금을 하는
이에게는 헌금 수령 증서를 주었습니다.
이 증서를 가진 자는 고해 신부의 선택에 있어서 자유로이 할 수 있다는 특권이 부여되었습니다.
이 헌금 수령증서가 와전되어 소위 '면죄부'라는 이름이 붙어 허무맹랑하게 돈을 주면 죄가 사해진다는
비약적인 언사로 변화된 것입니다.
송 양 : 고해 신부 선택의 권리란 무슨 뜻입니까?
박신부 : 조금 전에 고해 성사에 대해서 언급할 때 약간 말이 나왔습니다만 사죄권은 하나의 관할권 문제이므로 교회법상
사죄권이 제한되어 있습니다.
신부의 지위 여하에 따라 또는 죄의 경중에 따라 또는 관할권의 문제 등으로 자기에게 부여된 권한 내에서만
신부의 지위 여하에 따라 또는 죄의 경중에 따라 또는 관할권의 문제 등으로 자기에게 부여된 권한 내에서만
신부는 사죄권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성당 건축 헌금을 한 헌금 증서만 지참하면 어떠한 교회법적인 제한 없이 어떤 신부에게 가서도 죄를
고백할 수 있고 또 그 신부는 헌금 증서 소유자에게는 제한 없이 교회로부터 받은 사죄권을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이
부여된 것입니다. 그런데 솔직히 말씀 드리면 교회 일부에서는 이 헌금 증서를 내세우고 지나친 모금에만 몰두한
나머지 정도에 지나친 남용도 없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이것이 소위 종교 개혁의 한 원인이 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부분적인 스캔들을 내세워 일반적인 결론을 내릴 수는 없지 않습니까?
송 양 : 모든 것이 처음 듣는 이야기군요. 그런데 가톨릭의 교권, 특히 교황권에 대해서 좀 알고 실어요.
가톨릭은 너무나 교권주의 위주 같아요.